재테크

신용 없으면 '돈줄'잡을 생각말라

산우리우리 2008. 8. 30. 08:55

"돈은 안전하게 사용하고 위험은 피해라!" VS "무엇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

재테크서적의 고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오는 가난한 아빠(전자)와 부자 아빠의 리스크관리 방식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바젤Ⅱ'의 시행은 바야흐로 개인과 기업에게 다각도의 리스크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부자아빠처럼 리스크의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위험을 기회로 만드는 법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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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젤Ⅱ의 깐깐한 돈줄. '신용'으로 잡아라

먼저 바젤Ⅱ로 인한 기업과 개인의 리스크관리 키워드는 '신용쌓기'다.

바젤Ⅱ는 금융회사들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는 바로 '돈줄'을 죄는 대출 관리로 이어지게 된다. 그만큼 기업과 개인의 효과적인 신용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바젤Ⅱ의 시행으로 은행들의 대출 패턴은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 금리 등에서 우대 혜택을 받지만 신용도가 떨어지면 그 반대가 된다.

은행들은 기대손실에 대한 충당금 설정 부담이 증가해 저신용등급 대출의 고삐를 바짝 죌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과 신용도가 낮은 개인 고객은 돈 벌리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대출 연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거래 은행에 거래를 집중해 "신용 쌓기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한다.

현재 바젤Ⅱ로 인한 직격탄은 중소기업 금융시장이 받고 있다. 비교적 저신용등급 고객이 많은 중소기업에 대해서 대출 제한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의 자금 확보 여지는 비좁기만 하다. 유상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바젤Ⅱ시행으로 경기에 따른 위험가중치도 차별화돼 경기가 나쁠 때는 중소기업이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10억원 이하 중소기업 여신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100%에서 75%로 낮추도록 하는 등 우대조치를 도입해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유치 경쟁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말할 나위없이 이러한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용등급을 올리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신용을 쌓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우선 흑자경영을 통한 자기자본 쌓기다. 하지만 내수부진과 금리상승,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3중고’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게 흑자경영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에 후순위채권이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영정보의 투명성을 유지해도 기업의 신용도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은행과의 적극적인 유대강화를 통해 신뢰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신용점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바젤Ⅱ는 고객의 위험을 더욱 세밀하게 평가해 엄격한 심사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차광현 신한은행 리스크관리부 과장은 "바젤Ⅱ에서는 대출 가능 고객 내에서도 신용도에 따라 금리 차이를 명확하게 차별하도록 요구한다"면서 "지금은 과도기로 바젤Ⅱ의 승인 기준을 따르면서도 고객에게는 금리 차이를 다소 완화한 측면이 있지만 향후 정교한 리스크 평가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만큼 개인들도 신용관리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개인 신용등급 관리를 위한 주요 지침을 제시하고, 우선 평소 신용등급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기의 신용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신용등급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 현재 신용정보회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 1회 무료 신용정보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이를 활용해도 좋다.

대출 원금과 이자는 물론 통신요금, 공과금 등의 연체도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소액의 공과금이라도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물론 과도한 빚도 금물이다. 단기간에 빈번하게 대출 받거나 자신의 부채 상환능력이나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친 대출을 안고 있는 것은 신용등급을 떨어드릴 수 있다.

주거래 은행과의 집중 거래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개인의 가계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은행들은 거래기간이나 은행 거래 실적 등의 정보 등을 반영해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 자통법시대, 금융위험을 알면 일상생활 위험까지 헤지

자통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관리는 보다 포괄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투자자들에게 단순한 신용관리를 넘어선 다각도의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자통법 시대가 되면 기존의 예금이나 주식, 채권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금융 신상품이 쏟아지게 된다. 이러한 신상품의 홍수는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잘 모르는 상품에 대한 투자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펴낸 이희동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과장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자통법 시대 투자 위험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라며 "어디에 투자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시장의 인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과거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금융상품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출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희동 과장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으면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본시장통합법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배추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배추 가격의 폭락에 대비해 금융투자회사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아무리 배추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손해 보지 않고 배추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주유소 업자라면 원유에 대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아무리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자신이 운영하는 주유소의 기름 가격을 항상 낮게 유지함으로써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즉 위험 관리 수단을 단지 재테크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경제생활에 내재된 위험까지 헤지하면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희동 과장은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곧 투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