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남정맥을 뛰는날이다..
하지만 가지를 못했다...
다른 산악회 버스를 타고 가지도 못할 입장.......
집사람이 퇴근후 전날 저녁부터 다움날 저녁까지 김장하느라 고되고 힘들었나보다.
나 또한 찜질방에서 너무 지진탓인지 몸에 맥이 탁~ 하고 풀려
둘다 골아 떨여졌던것이다...ㅎㅎㅎ
결론은 늦잠.....누구를 탓을하랴...ㅋㅋㅋ
- 산행일자 : 2008년 11월 23일, 일요일
- 산행시간 : 약 4시간 즈음(중식포함)
- 산행코스 : 화암사-서릉-정상- 정상에서 남서릉( 또는 북서릉)-시루봉-장선리재-임도-화암사 주차장
- 산행인원 : 혼자......
부랴 부랴 서둘러 그전부터 맘속에 담고 있었던 곳 .....
곱게 늙은 절 이라는 화암사와 함께 불명산을 오르기로 했다...
따스한 햇볕에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심심하고 외로워 보인다.
화암사로 들어가는 길은 주변 풍경부터가 '절'로 가는 길이 이래야 한다는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박하고 때 묻지 않은 풍경이 속세의 번잡함과 욕망을 털고 절을 만날 준비를 하게 한다.
옛 모습 그대로의 사찰도 사찰이지만 이렇게 진입로 주변의 소박한 풍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화암사의 매력이기도 하다.
곱게 늙은 절이라는 화암사......
이곳까지 네비는 안내를 못하고 중간에 안내종료하고 지도보고 찾아간다...
도로가 1차선 외길이라 차량이 서로 마주치면 양보해야하는 많은 이해가 필요한 길이다....
차량 한 10대정도주차할수 있는 좁은 주차장과 작은 화장실 하나...그리고 화임사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
들어가는 초입길이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없는것이 많아 아름다운 절 화암사
이 절은 일단 규모가 작어서 아름답고, 둘째는 없는것이 많아 아름답다...
몇채 안되는 건물이 모두 웅장한 맛이 없고 투박하고 소박하다...번듯한 안내가판도 일주문도 없다...
절 마당에는 그 흔한 탑도 하나 없다.....
많은 낙엽길을 걷고있노라면, 산사의 적막함 보단 고즈넉한 연인의 길이란 생각이 든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가슴깊이 들려온다. 계곡은 차츰 협곡으로 변해가고,
우리는 속세를 등지고 선계(仙界)로 들어간다. 초겨울 가뭄에 수량 적은 물소리만 졸졸졸 소리를 낸다... ....
왠지 모를 이끌림으로 이곳에 도착했지만 이시간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만
조용히 흐를뿐이다.....어느 누군가가의 소원이 담겨있을 돌탑들....
산을 다니면서 어느새 길 이 눈에 보이며 길을 보며 참 많은 생각들을 하곤 한다....
화암사라는 절보다 아름다운것이 절로 이어지는 숲길이 아닐까?....20분정도 거니는 숲길이지만,
울창한 숲길사이로 난 낙엽길과, 비좁은 바위 골짜기, 가파른 벼랑길등 두루 갖춰있음을 알수 있다.
이런 길을 얼마큼 오르다 보면 높고 경사있는 벼랑이 가로막고 섰는데 거기에 철골조 구름다리가 놓아져 있다.
경사를 따라 오르며 놓아진 구름다리는 깊은 계곡을 가로지른 다음 위로 틀어 올라가고서야 우리를 벼랑 위로 데려다 준다.
계곡물이 구름다리 아래로 벼랑을 타고 흘러내리며 제법 티를 내고 있다. 비가 좀 온다면 폭포다울 성싶다. ㅎ
인간이 손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든 철 구조물로 하여금
화암사다운 운치는 상당 부분 잃어버렸으니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
철계단을 통해 몇걸음을 옮기니 고즈넉한 아침의 햇살아래 너그럽고 묵직한 모습으로 참배객을 맞아들인다.
불명산 화암사
조선 세종7년(1425) 성달생이라는 관리가 신라시대 화암사가 있던 이 자리가 물좋고 산좋다 하여 절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절처럼 일주문도 없이 '불명산 화암사' 라 붙은 낡은 편액이 붙은 우화루(보물 제662호)가 '잠깐'하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꽃비 흩날리는 누각' 이라는 뜻을 가진 우화루(雨花樓)는 이름도 참 예쁘다.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 하암사로 들어서면 우화루가 딱하니 버티고 있어....
불명산화암사 현판이 걸려있는 누각이 우화루 이다......
우화루를 받친 기둥에 잠시 마음이 쏠린다.
우화루 옆에 들어가는 문의 모습은 해인사 장경각 입구를 소박하게 흉내낸듯 싶기도 하다.
누각이라면 2층 아래를 통과하여 안마당으로 들어서야 마땅하지만, 화암사 우화루는 진입공간인 1층에 앞쪽만 기둥을 세우고 뒤편에는 막돌
을 쌓았다. 그래서 절 안마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멈추어 설 수밖에 없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까 머뭇거리는데 왼쪽 문간채에 붙은
대문이 손짓을 한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 문간채의 대문을 통과하여 우화루와 적묵당이 만나는 모퉁이를 돌아서서야 안마당에 진입한다.
우화루의 벽화
꼬리지느러미가 닳아 없어졌다. 헤아릴 수 없는 세상을 윤회하느라 내 꼬리도 닳아 없어진 것은 아닌가 싶다.
시원하게 깨닫지 못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해 목탁 한 번 신나게 쳐주고 싶다.
우화루안을 들어가면 극락전...지붕을 더 길게 빼내기 위해 이앙 시설을 한 유일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번지르르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화암사는 작고 소박하다. 진입로에서부터 시작하여 옛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까지 화암사의 모습은 요즘 세상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사찰이다.
화암사를 둘러싸고 있는 겨울나무의 외로움도 절의 고적함을 부추겨준다.
화장실 가는길도 돌담으로 예쁘게 표현되어 있음이....ㅎㅎㅎㅎㅎ
마당을 중심으로 ㅁ 자형의 전각배치를 가졌는데 북은 '극락전' 서는 '적묵당' 남은 '우화루'가 서로 처마를 맞대고 있어
시야를 차단하고 동편의 요사채 좌우로 빠끔한 틈새가 보이나 곧 명부전과 부속전각에 닫히고 만다.
보물에 새겨져 있는 또 하나의 필요없는 보물....낙서....아쉬움이 크다......
왜 유독 한국사람들만이 관리하고 다듬어야할 곳에 이다지도 낙서를 하며 우리것을 보살피지 못할까?
사진을 찍고나니 더 예쁘다...
아이들이 불규칙적으로 색도화지에 반듯하지않은 선을 그려놓고 색칠을 한것 같은 담.......
우화루를 나가려는 문
우화루 건너편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산행의 길로 접어든다.....
낮은 산죽의 길로 약간의 호젖한 오솔길로 시작한다....
포근한 육산을 걷는 기분이 카펫을 밟고 가는 것처럼 푹신하다.
꾸준한 오름길을 올라 능선길로 접어들 무렵 시그널을 통해 좌측임을 짐작케 한다...
좌측으로 보이는 시루봉으로 향하는 시그널들....
햇살이 따사로와 혼자 사진찍기 놀이를 하고 있다....
능선너머 멀리 내다보이는 임도....
무덤 1기////
파아란 하늘...난 그런 파아란 하늘이 참 좋다............................
정상에는 봉화대가 있었던 흔적이 있다. 주변을 살펴보지만 숲에 가려 전망을 즐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무 사이로 화암사가 내려 보이고 주변 산의 윤곽이 보일 뿐이다.
눈에 익은 시그널들이 있어 반가움에 한장................
편안한 능선길......조망을 바라보며 감탄할순 없지만 아늑하고 호젓한 숲길 산행...
점심식사하기전....삼각점에서...
부드러운 능선길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옷을 벗은 겨울산은 말이 없다. 침묵의 산이다. 침묵의 산은 말을 하지 않을 뿐,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침묵으로 하는 대화야말로 소중하고 진실한 것이다.
장선리쪽으로 하산길 선택.....이정표가 없기에 길 선택을 잘 해야하며, 지도는 필수이며 낙엽이 쌓여있어
길을 덮고 있기에 길 찾음에 신중해야한다.....아님 엄청난 알바를 각오해야기에......ㅎㅎㅎㅎ
마른 계곡쪽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니 우측으로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인다....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하산하여 도착하니 주차장 밖에 있는 작은 댐에 도착한다...ㅎㅎㅎㅎ
게곡쪽으로 내려오다 편안한 임도를 따라 내려와야하는데 계속해서 낙엽깔린 계곡길로 내려왔던 모양이다..
그래도 길은 잘 찾았네 그려~ㅎㅎㅎㅎㅎ
돌아본 계곡쪽 상류.....
이길처럼 편안하게 내려와야 할텐데ㅎㅎ 그래도 숲길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국도주변에는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마음까지 설레이는 오후...잠시 차에서 내려 이곳을 가슴에 담어두고 간다....
억새핀 그곳에서 다시 바라보는 불명산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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