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 없는 가장은 불안하다. 딴 주머니를 차는 비자금은 아니더라도, 말 그대로 비상시에 대비한 비상금마저 없으면 삶이 초조해진다.
나라에도 비상금이 있다. 바로 외환보유액이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마지막 대외지불 수단이다. 국가가 대외적으로 갚아야 할 돈을 갚지 못하게 될 때, 최종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외환보유액이 바닥난다면? 당연히 외환위기가 올 것이다.
앞서 살펴 본대로 외환보유액은 환율안정을 위한 '실탄'으로도 쓰인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한 나라는 방어용 무기가 충분한 나라이기 때문에, 투기자본이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오늘은 외환보유액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의 마지막 대외지불 수단인 외환보유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7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액도 적극 동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었지요.
이런 강력한 개입의지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7,8일 이틀 연속 17원이 넘게 급락했습니다. 8일 현재 1030원대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8일 정부가 동원한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율이 상승하면 2천58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지속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요즘의 시장 모습은 유가급등과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 속에서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내다팔면서 공급을 맞춰주는 것으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유사들이 석유를 사오는데 필요한 달러화가 더 많아졌고, 서울 증시에서 연일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으로 투자자금을 송금하는데도 달러화가 더 많이 필요해졌지요.
이런 달러 수요보다 더 많은 달러를 정부가 시장에 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 어제의 기자회견이었다고 정리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물가를 의식한 정부의 고강도 외환시장 개입이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다른 나라들로부터 '환율 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통상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환율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데,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이 가격을 통제하면 결과적으로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지요.
한 나라의 마지막 대외지불 수단인 외환보유액.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외환보유액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실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작고 개방된 경제'인 한국은 자칫하면 국제투기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지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을 충분히 비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환이라는 방어수단을 충분히 비축한 나라에 대해서는 투기자본이 쉽게 공격해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언제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북한과의 통일도 우리는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합니다.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통일의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