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04 강원 아침가리골(2)-양양 5일장
아침가리골은 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깊다. 찾는 사람도, 찾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심산유곡이 5~6년 전부터 슬슬 붐볐다.
오지 여행가가 하나 둘씩 들어왔고 알파인 스틱을 잡은 트레커가 계곡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꼭꼭 숨은’ 오지가 아니라 ‘몸 튼실하고 마음 가벼이’ 떠난 트레커라면 누구라도 받아주는 트레킹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에는 휴지 조각 하나 없다.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보존 상태는 그대로다.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물길을 건너자 비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길은 계류를 따라 산 속으로 나 있다.
길들지 않은 길.
처음 방동약수에서부터
도데체 어디가 계곡이며 이게 무슨 계곡트레킹냐며 투덜거렸지만,
ㅎㅎ 지금은 " 아빠 여지껏 다닌중에서 제일 좋아요...." 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우리 딸
앞으로 산 정상은 가지말고 계곡으로만 다니잔다.....ㅎㅎㅎㅎㅎ못살어
사람의 길은 없고 산이 내어준 길....
높은곳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들어 놓은길만이 존재한다.
아들의 허리까지의 깊이지만 수수한 물길은 마음을 유하게 하였고, 서로가 물속에서 마냥 즐거워 한다.
맑고 차가운 골짜기를 품고 초록으로 빛나는 숲은, 넓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갈수록 협곡사이 펼쳐진 비경을 자랑한다.
계곡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보니 새가 푸드덕 거리며 날아갔나보다.....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건너 통과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정말, 정말 좋은 코스인것 같아 적극 추천을 한다.
단, 적극적인 대비와 안전 필수
겉보기에는 그냥 계곡물 흐르는것처럼 보이지만, 물살의 세기가 보통이 넘는다.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넘쳤다면 로프를 동반해야겠지만, 가물었기에 그나마 아이들과의 트레킹은 안성맞춤인듯하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아침가리골
깨끗하고 맑은 물의 번짐이 편하게 느껴진다....
딸과 아빠의 신발.......너무나도 깨끗해서 다 보인다...
딸의 의자바위....^^ 물놀이에 다 젖어 있는 옷들도 어느새 다 말라 더위를 느꼈던 차였나보다.....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기니 기분이 최고인듯하게 보인다.
길이 점점 사라진다. 잡목이 무성해지더니 어느 샌가 길이 희미해지며 결국 없어진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선다.
옆지기가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물빛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비친다.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물이 반짝인다.
도시의 색깔이 아니다.
눈이 부시다.
지금 이곳은 상당히 깊다.
나의 어깨까지 잠기는 장소이기에 아이들이 건너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내가 디딤돌 역활을 하고,
아이들은 두 다리가 떠 있는채로 내 손을 잡고 무사히 건너간다...
아까 말한것처럼 비가 많이 와서 물살의 세기가 상당하다면 불가능했을곳이다..
아이들의 다리가 떠 있다는것은 물살에 떠내려갈 위험이 크다는것이기도 하다....
뒷쪽은 블랙야크 단체복을 입은분들이다.
10여명으로 중년후반쯤 보이는데, 재미있게 놀다, 산행하다, 수영하다를 반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까 그 깊은곳의 하류...
아이들의 무릎까지 닿는곳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아이들 물놀이를 하기로 한다.
오빠와 동생이 수영시합을 한다...
한참을 수영시합을 하더니만, 또 다른 놀이로 잠수시합을 한다..
오빠는 잠수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겼다고 우기기에 딸만 죽어라고 잠수한꼴..ㅎㅎㅎ
오빠는 허리가 젖혀지도록 웃고, 딸은 억울한듯 오빠를 째려보고 있다.....ㅎㅎㅎㅎ
계곡의 물은 너무나도 맑았고, 그 계곡골사이로 비추는 햇살 또한 눈이 부신다.
악어떼들....
갑자기 건너편에서 쉬고 있는 옆지기에게 수영해서 누가 먼저 가는가를 시합하나보다...
하여튼 둘인 아무것도 없어도 참 잘 논다..
깊은 소(沼)와 마주한다. 이곳이 뚝발소인가보다. 아침가리골에서 가장 깊은 소다.
계곡 안에 지명이 존재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이곳도 특별한 이정표가 없다.
다만 계곡에서 보았던 곳 중에서 소가 가장 깊다면 미루어 짐작뿐이다.
아까 블랙야크팀이란 분들과 또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그분들은 이곳에서 다이빙 시합을 하나보다..ㅎㅎㅎ
아침가리골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 발길 가는 데로 가면 된다. 계곡을 따라 첨벙첨벙 걸어도 되고, 숲 그늘에 숨어서 걸어도 된다.
가끔 나타나는 험한 바위와 소(沼)는 돌아가면 그만이다. 길이 끊긴다 싶으면 계곡 건너에서 길을 찾으면 된다.
중간에 깊은 소가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맘 놓고 건너다닐 수 있는 곳들이다.
이곳이 천국이다.....다른말이 필요없다.....너무나도 너무나도 좋다....
너덜지대가 끊겨 다시 시원한 숲그늘길로 접어들고 있다.
길은 쉴새없이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서 길을 잃을 때가 많다.
표지기도 많지 않은데다, 그 표지기 또한 정확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트레커들은 현재의 위치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물이 흘러내려가는 곳만 따라 가면 된다.
계곡이 험한 편이지만 위협적이지 않고, 길이 없는 듯하면서 분명히 길이 있는 것, 그게 아침가리골의 매력이다.
이끼로 뒤덮힌 계곡에서는 엄청나게 시원한 바람이 불고,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세수를 하고 있다.
7시간동안 전혀 다른 세상에서 온듯, 웃기게도 하류에서 물놀이하고 있는 피서객들의 모습이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종점인 진동산채에서 시원한 캔맥주마시며 방동약수터에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고(15,000원) 있으니 바로 온다...
기사님말로는 우리가 오늘 걸었던 이곳이 주말에는 관광객 + 산악회 들로 붐벼
도저히 원시림과 자연이라 볼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몸살에 시달린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오지의 원시림을 즐겼으니 얼마나 행복한일던가?
다시 찾은 방동약수터....이곳은 아무도 없고 다른 일정때문에 오래 머물수 없어 물병에 약수물만 떠서 맛보기로 한다.
참 신기하게도 트림이 바로 나올정도이다...
하지만, 쇠맛이라 표현해야하나? 그게 강하다..
그런데 그 물로 밥을 해먹으면 좋다해서 많은 이들이 물을 떠간다 한다.
또한 비가오지 않아 흙물이 섞이질 않아 지금 상태의 약수가 가장 좋다고 말을 한다...
우린 일정대로 옷을 갈아 입고 양양 5일장으로 향한다.
양양 읍내 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매월 4.9.14.19.24.29일이면 5일장이 열린다 한다.
<가는 날이 장날>처럼 4일에 맞게 5일장을 계획했던터이다...
양양5일장은 강원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육해공을 막라한 먹을 것, 입을 것, 생활 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볼 수 있다.
결국은 딸과 나 이렇게 사진찍기 놀이를 하다가 시장에서 옆지기와 아들을 놓쳤다...
물론 핸펀이 있으니 상관없었지만 죽어라 혼났다..ㅋㅋ
요즘 아이들은 대형마트에 익숙해져서 시장 풍경을 보기도 어려운데
복작거리는 시장통에서는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정겨움이 있으니 날짜만 맞는다면 잠시 들러보아도 좋을 듯 싶다.
숙소인 38야영장에서 양양은 차로 30~40분 정도이니 구경삼아 나서볼만 하다.
할머니들이 농사지은 것들이랑 직접 설악산 자락에서 뜯어온 나물도 많이 들고 나오시기 때문에
도시에선 구경도 할 수 없는 나물이 아주 많다.
시골장에서만 볼 수 있는 가축시장도 자그맣게 열리고 있다.
온세상의 색은 다끌어들인듯한 오색찬란함과, 기상천외한 갖가지 물건들,
서서먹어야 맛을 느낀다는 시장음식! 넉넉한 미소를 간직한 사람들...
놀이동산보다 더 재미있는 이곳에서의 삶의 또다른 풍경들..
여행지에 꼭 시장을 들려보길 추천한다...
38야영장---자세한 내용은 캠핑코너에서 소개를 한다.
5일장에서 돌아오니 어느새 야영장의 밤은 찾아오고 여기 저기서 고기굽는 냄새,
가족들끼리 식사하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들...
시장이 반찬이라 집에서 준비해온 두루치기로 후다닥 만들어 이슬이와 함께 배고픈 속을 달래본다...^^
오늘 하루는 너무나 바빴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일정으로 인해 다들 흐믓한 표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