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꿈을 꾼 것처럼
이효녕
어쩌면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다
젖은 가슴으로 기다려지는
우산 위로 흐르는 빗물은
그대 만난 기쁨의 눈물 같아
풀잎 위에 영롱한 이슬로 내렸다
바람결에 깊이 묻어두려 했지만
내 가슴 위로 걸어 다니는
익어가는 한 마디의 속삭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을 놓고
가슴에서 꺼내 그대를 내보일 필요는 없다
문득 노을이 아름다워
마음의 집 열린 문을 닫고
입맞춤하는 시간을 찾아 나설 때도
뼈가 녹아내리는 즐거운 마음뿐이다
바람이 저녁 산을 어루만지듯
그리워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 한 가운데 밤새 구멍 뚫어
사랑하는 사람 만나 집어넣는 것
어두운 길에 붙잡아맨 별빛도 곱다
마음의 가득한 사랑으로
내 형체가 바람에 흩어져
고백하는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사랑의 꿈을 꾼 것처럼
만난 기쁨의 눈물 쏟아져
가슴에 작은 강으로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