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여행] 붉은 여인네 수줍음 담은 아~ 산아
[가을 단풍 여행] 붉은 여인네 수줍음 담은 아~ 산아 | ||||||||||||||||
아침저녁으로 선선한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추석이 지나면서 가을은 한층 깊어졌다. 가을의 절정은 역시 단풍. 빨갛게, 노랗게 전국을 수놓는 화려한 단풍 행렬이 이제 막 시작이다. 이번 주말에는 단풍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배낭을 둘러메고 단풍산행에 나서 보자. 10월 9∼10일=설악산 · 오대산 · 방태산 이땅의 첫 단풍이 시작되는 곳은 역시 설악산이다. 9월 말경에 정상 부근을 붉게 물들이고 하루하루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10월 둘째주면 계곡까지 온통 단풍이 꽃핀다. 설악산 단풍은 모든 봉우리, 모든 계곡에 드넓게 포진해 있어 입맛대로 원하는 코스를 고르면 된다. 설악동은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봉우리에 올라 단풍 든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주전골은 설악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단풍계곡으로 꼽힌다. 천불동 계곡의 단풍 또한 빼어나다.
오대산 단풍은 강릉에서 들어가는 오대산 소금강 단풍과 진부 쪽으로 들어가는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 단풍 두 군데다. 월정사 들어가는 숲길은 단풍과 전나무가 뒤섞여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 낸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9㎞ 구간의 단풍길 역시 황홀하다. 오대산 소금강은 수려한 기암괴석과 빼어난 풍광이 마치 작은 금강산 같다 하여 소금강이란 이름이 붙었다. 방태산은 설악산이나 오대산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덕분에 호젓한 단풍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설악산에서 점봉산을 타고 흘러내린 줄기가 방태산인데 골짜기가 깊고, 능선이 길다. 휴양림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 주변으로 단풍이 우거졌다. 계곡에 붉은 단풍도 좋고, 숲 탐방로를 지나 노랗게 물든 낙엽송 숲에 이르는 길도 운치 있다. 10월 16∼17일=명지산 · 용문산 · 속리산 가평군 명지산은 수도권에서 당일 나들이로 다녀오기 좋은 단풍여행지다. 경춘가도를 따라 산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경기도에서는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명지폭포, 용소 등을 따라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가평8경의 하나인 명지단풍을 두 눈 가득 담아갈 수 있다.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굴참나무군락에서 떨어진 낙엽이 푹신한 융단처럼 깔려 있고, 이색적인 고사목 지대도 나온다. 용문산이라고 하면 용문사 은행나무의 샛노란 단풍과 함께 계곡마다 붉은 단풍이 물들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잡기에 좋다. 또 용문사를 비롯해 상원사, 사나사 등 단풍계곡과 함께 들러 볼 만한 사찰도 많아 여행길이 더 즐겁다. 용문사에서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에 이르는 코스가 가을철에는 제격이다.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코스지만 단풍산행의 기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속리산은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길상봉, 비로봉, 문수봉 등 8개의 봉우리와 문장대, 입석대, 학소대 등 8개의 대가 있다. 봉우리마다 흐드러진 단풍을 대에 올라 감상하면 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파스텔톤으로 은은한 붉은 빛이 인상적이다. 먼저 법주사에 들러 사찰을 둘러본 다음 본격적인 단풍산행 길에 오르도록 한다. 10월 23∼24일=계룡산 · 백양사 · 내장산 계룡산은 봄철이면 동학사 벚꽃터널이 장관이고, 가을이면 갑사 단풍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또 가까운 마곡사까지 겸하여 ‘춘마곡 추갑사(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고도 한다. 그만큼 갑사의 가을빛은 남다르다. 절 아래에서 갑사에 이르는 5리 숲길과 용문폭포 일대의 단풍이 절경이다.
단풍에 취해 5리 숲길을 걸어 갑사에 이르면, 사찰을 찬찬히 둘러본 다음 계곡을 따라 용문폭포, 금잔디고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에 이르는 등산 코스를 택하면 된다. 백암산 백양사는 애기 단풍으로 유명하다. 아기 손바닥처럼 앙증맞은 크기의 단풍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도로변에도 단풍나무가 제법 볼 만하지만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단풍 감상이 시작된다. 절 앞에 있는 자그마한 저수지에 떨어진 단풍잎들이며, 수면에 비친 단풍 그림자들이 보기 좋다. 백양사에서 내장산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단풍나무가 울창하다. 이 길을 택하면 내장산 단풍과 백양사 애기 단풍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내장산 단풍은 매표소에서 내장사, 계곡, 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군락이 형성돼 있어 단풍 여행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먼저 매표소를 지나면 절 입구까지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붉은 단풍 터널을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내장사를 지나 계곡을 타고 서래봉이나 중봉 단풍나무 군락지를 향해 산행을 즐기기 좋다. 서래봉, 중봉 군락지는 수령이 700년 가까이 된 고목들이다. 불출암터 계곡에도 단풍이 떼를 지어 우거져 있다. 10월 30∼31일=가야산 · 지리산 · 월출산 가야산 하면 해인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가을철의 가야산은 홍류동 계곡이 중심이다. 단풍이 계곡에 어려 물빛이 붉다고 해서 홍류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4㎞에 이르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붉은 물결을 마음껏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은 팔만대장경의 해인사에 이른다. 좀더 편한 방법은 가야산 순환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창 밖으로 스치는 산자락의 단풍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단풍 여행의 마지막은 지리산에서 장식하는 게 좋다. 지리산 단풍 중에서도 피아골 계곡이 백미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피아골 계곡에서 뱀사골 계곡으로 넘어가는 등산 코스를 권할 만하다.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 가운데 하나로 지리산의 가을 풍경 가운데 으뜸이다. 10월 중순부터 붉은 빛이 짙어지기 시작해 10월 말, 11월 초가 되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절정을 맞는다. 피아골 단풍이 유난히 붉어 보이는 이유는 짙은 푸른빛을 띠는 피아골의 맑은 소에 단풍이 반사된 데다가 푸른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남하하던 단풍이 마지막 붉은 숨을 토해 내는 곳이 바로 월출산이다. 영암과 강진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달맞이가 아름다운 산이지만 가을 단풍 또한 매혹적이다. 산 아래 계곡과 능선을 따라 단풍 꽃이 만발하고, 바위 봉우리에는 억새밭이 발달해 있다. 단풍 산행을 하려면 영암 쪽에 있는 월출산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천황봉으로 이어진 계곡을 따라 오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