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및 경제노트
추석과 경기, 그리고 행복
산우리우리
2008. 9. 17. 08:34
추석과 경기, 그리고 행복 |
치약, 밀가루, 식용유, 소금, 설탕 등 한물간 것으로 생각했던 중저가 생활용품 선물세트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물가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짧은 추석연휴, 살인적인 고물가 행진 등이 추석 선물세트의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3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생필품 중심 저가 품목들이 인기를 끌고, 직접 매장을 찾기보다 몇번의 클릭으로 쇼핑과 결제, 포장과 배송까지 한번에 해결하려는 짠돌이 쇼핑행태도 고물가 사태 이후 나타난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추석선물 30년전으로‘귀향’' 중에서 (헤럴드경제, 2008.9.12) 추석선물의 모습이 '3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치약,소금,설탕같은 중저가 생활용품 선물세트가 많이 팔이고 있다는 겁니다. 30년 전이면 1970년대 말이지요.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입니다. 당시의 한국경제는 아직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성장'에 주력하던 시대였지요.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생각납니다. 어른들은 생필품 중심의 소박한 선물을 주고 받았습니다. 한동안 '거품'이 많이 끼었던 추석선물이 올해에 다시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 중심으로, 마치 1970년대 중후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선물세트는 샴푸, 비누, 치약 등을 담은 가격 1만원 미만의 LG생활건강의 ‘초충도 1호’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 상위 품목들이 10만원을 웃도는 갈비.정육과 과일 선물세트였던 것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런 추석선물 트렌드의 변화는 물론 경기상황과 그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 때문입니다. 그만큼 불황의 골이 깊고 물가가 많이 올랐으며 개개인의 보유자산 가치가 감소했고,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그래도 추석입니다. 행복이 반드시 풍요로울 때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오히려 지금은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마음속에 멋진 꿈을 품고 있을 때. 검소하게 지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그럴 때가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추석입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무더운 여름에 노력한 만큼, 그 만큼 추석에 거둘 수 있다는 평범하고 중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그런 보람찬 추석연휴 맞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