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럴수가! (잘려나간 백두대간~자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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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도착한 백봉령.
해발 780m 백봉령.
강원도 동해시와 정선군을 연결하는 42번 국도에 있는 고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하루 산행을 시작하거나 마치는 곳입니다.
7월 5일 오전 9시30분.
오전 5시30분 서울에서 출발해 4시간을 달려 백봉령에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7일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 백두대간 종주 산행에 나섰습니다. 구간은 백봉령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두타산 못미친 곳에서
무릉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곧바로 남쪽으로 가지 않고 거꾸로 북쪽으로 기웃거렸습니다.
지난 번 종주때의 슬픈 기억 때문입니다(처참하게 잘려나간 백두대간 모습
('처참하게 잘려나간 백두대간 모습'

지난달 7일 오후에 본 자병산 주변 모습..
지난달 7일 오전 9시30분 삽당령을 출발해 7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이 자병산부근이었습니다.
산 정상은 오간데 없고 잘린 허리만 남아있었습니다.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에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란 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날은 석회석 광산을 채굴하는 직원의 제지로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음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다음 번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반드시 돌아볼 것이라고.
백봉령에서 북서쪽으로 100m 가량을 가니 '수시 발파' '접근 금지'라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석회석 광산이 있다는 표시입니다. 팻말을 지나 계속 올라갔습니다.
숲속을 한참 걸으니 고압선을 지탱하는 철탑이 우뚝 서있더군요. 흔히들 '42번 철탑'이라고
부르는 송전탑입니다. 앞으로 더 나아갔습니다.
표지판이 보입니다.
왼쪽으로 틀면 백두대간 석병산 쪽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자병산 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하지만 '접근'하면 발파때 날라오는 돌에 맞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를 해놓았습니다.
무시하고 직진했습니다.
자병산 정상이 없어져 백두대간 코스도 �아졌습니다.
과거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모두 자병산으로 가는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누구도 이 길을 가지 않습니다. 아니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들어갔습니다.
길은 이내 없어지고 수풀이 앞을 막았습니다. 수풀을 헤치고 더 들어가 보았습니다.
수풀 위로 멀리 북쪽에 백두대간 등줄기가 새파란 하늘 색깔과 같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 봐도 가슴이 떨립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는 산의 절반 이상이 잘려 나가면서 드러난 하얀 속살이 보였습니다.
수풀 끝까지 들어가 보았습니다.
산 사이에 운하를 뚫은 듯 깊이 파고 들어가는 바람에 '계곡'이 새로 생긴 것같습니다.
석회석을 깨는 굉음과 함께 곳곳에서 대형 트럭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자병산 정상은 사라졌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자병산 정상은 송전탑으로부터 직선거리로 6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병산 정상이 계속 있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백두대간 줄기가 멀리 보일 뿐 입니다.
채굴 허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동해 바다가 있는 동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자병산 줄기였을 부분도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그 뒷쪽으로 멀리 강릉시 어느 해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릉을 거쳐 백봉령으로 올 때 보니 강릉시 옥계 부근에 이 광산에서 나오는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 있더군요. 더 이상 보기가 너무 처참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지도 상으로 자병산 정상이 있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층층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주변 또한
높이가 계속 낮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백봉령으로 다시 나오며 지난달 백두대간 어느 봉우리에서 봤던 자병산 주위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토목, 건축 등에 쓸 석회석을 채굴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국토의 등뼈까지 부러뜨려가며 자원을 얻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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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나와보니 백봉령 고갯길도 백두대간 줄기를 끊어놓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남행길에 올랐습니다.

백봉령에서 두타산으로 가는 길 첫 봉우리에서 되돌아 보았습니다.
석회석이 채굴되고 있는 자병산 일대는 주변 산보다 더 낮아져 있었습니다.
자병산 정상은 해발 872m. 송전탑 부근의 산은 해발 830m대입니다.
자병상 정상이 확실히 없어졌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