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5-18 지리산 정령치-바래봉-운봉
그 전날 종욱동생과 석원친구가 술 한잔 한다며 나오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날 선배들과의 산행약속이 잡혀있어 토요일 모임에도 1차만 하고 집으로 가는중이었다.
잠깐 들려 얼굴만 보고간다는 것이, 또 무리한 알콜섭취로 인해 헤롱헤롱해지는 나 자신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를 서둘러 도망 나왔다.
다음날 약속이 있고 선배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기 때문이다.
집에 오니 다음날이 오늘이 되었다..ㅋㅋ 그것도 한참이나...쩝.
새벽에 옆지기가 심하게 흔들며 깨운다....정신은 깼으나 몸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의 술자리를 후회했으나, 어차피 내가 결정한일...갑갑하다...미련한 내 자신에.....
집결장소에 나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보이려 했으나, 눈이 띵띵 부어있었나보다..ㅎㅎ
한선배가 혀를 끌끌 찬다...그래도 나는 뻔뻔함으로 커버하며 활짝 웃는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잠시 졸을까 생각했더니 나더러 조수석에 앉으란다...
죽는줄 알았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서..ㅋㅋ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침공기가 상쾌함으로 다가온다...그래 이맛이야~ ...(썩을~ 근데 속이 쓰리다)
차량회수를 위해 운봉에 주차 하고 택시로 정령치로 이동(\18,000)하여 팔랑치 넘어,
바래봉 찍고 용산리로 하산하는 1코스(능선종주 코스)를 택하였다.
등산코스
1코스(능선종주코스)
정령치- 고리봉-세걸산- 세동치- 부운치- 팔랑치(철쭉군락지)- 삼거리 갈림길_ 바래봉 정상- 삼거리갈림길 - 용산리 주차장(6-7시간)
*바래봉 아래 갈림길에서 바래봉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는 약 30분 소요
2코스(왕복산행코스)
용산리주차장 - 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 -팔랑치(철쭉군락지)- 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 - 바래봉 -갈림길- 용산리주차장
3코스
용산리주차장 - 바래봉 - 팔랑치 - 산덕마을
4코스
소석마을 -바래봉 - 용산리주차장
5코스
산덕마을 - 팔령치 - 바래봉 - 용산리주차장
6코스(종주코스)
옥계호- 덕두산(일광산) - 바래봉 - 세걸산- 팔령치 - 고리봉 - 정령치 = 만복대 - 노고단
일찍 출발하였으나 여성회원이 아침식사를 안했다기에 남원쪽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로 인해 1시간 가량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아~ 좀 먹고오지...1시간동안 여성분식사하는거 보고있어야 했다.쩝.
택시를 타고 정령치휴게소에 도착하니 수많은 버스로 보아 이미 많은 산악회원들이 출발했음을 짐작케 한다.
정령치 휴게소...
우리의 황바우..(노란배낭)ㅋㅋ 한때는 무장공비로써 소문난 산꾼이다...
선배들은 내 블로그가 있는줄도 모른다.......그래서 글을 막 써도 된다..ㅎㅎㅎㅎㅎ
이번 1월을 기점으로 백두대간을 마친 희경선배....
재작년 팀에 합류제의를 받고 뛸듯이 기뻤다...그러나 체육관 총무를 맡으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가슴 한켠에는 대간팀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이 남아있는건 어쩔수가 없었나 보다...
고리봉을 가기위해 조망 감상중 선배일행 7명..나를 제외하고 다들 공비출신들..ㅋㅋㅋ
첫 이정표
가끔 지나는 철쭉을 보며 역쉬 자연산이 좋은겨~ 때깔도 곱다...
품종개량하여 인위적으로 품종개발한 색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좋다....
영차 영차 희경선배 궁뎅이를 쫓아서....
희경선배를 찍으려 했으나 래순선배의 뒷머리의 하얀속살이 거슬린다.ㅎㅎㅎ 뭐 선배들이 보겠어? ㅋㅋ
희경선배와 동식선배..백두팀이다...근데 동식선배는 1년정도를 바쁘게 지내 운동을 못했다 한다..
그래서 오늘날 이런 똥배가 나왔다...ㅎㅎㅎㅎ 몸이 너무 불었다..
고리봉 가는중 ...여성회원이 알고보니 지리산은 처음이었나보다...여성회원이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제일 오른쪽의 종갑선배는 51세이다..한때 대학시절때부터 재야에서 활동했었던 운동권 출신이다.
힘든길을 지낸만큼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편안한 삶을 지내고 있다 한다...
그래도 인상은 공개수배자형이다...ㅎㅎㅎㅎ
이정표를 중심으로 왼쪽은 공비들, 오른쪽은 꽃뱀, 수배자, 삐끼..ㅎㅎㅎㅎ
아~ 사진박고, 지들끼리만 날라간다....아~ 사진사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일행
그래서 나혼자 찍는다.ㅋㅋㅋㅋㅋㅋ 고리봉에서.....
이때부터 밀리기 시작한다..산에 신호등이 있어 빨간불이 켜진줄 알았다...
시장인지, 전쟁터인지......그냥 서 있다.. 다들....
불만들이 쏟아져 나온다....우리도 여성회원의 아침식사로 인한 시간지체만 안했어도...
나도 속으로 이런 원망을 살짝 해본다..그럼 안되지만....
사진을 보라...할말없음..여지껏 산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울 일행들도 어이없어한다..씁쓸.
10분 이상을 그대로 지체되기에, 우린 바위를 넘어가기로 한다....
희경선배의 손에는 스틱이 4개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남들이 보면 스틱장사인줄 알겠다.
동식선배의 잔잔한 미소는 항상 좋다. 내 사진차례가 왔지만 사람들에게 치여,
뒤에 밀려 있는 군사(?)들의 눈초리가 따가워 포기한다..
마치 예견이라도 하듯 분명 세걸산을 가면 인원이 반쯤은 떨어진다는 희경선배..
왜? 다시 백으로 턴하는 산악회도 있고 세걸산에서 중간 탈출로로 하산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포인트...거의 산다닌 사람이 아닌 관광객들이란다....그말도 맞네..그려...
맛있는 점심시간...젤 좋아하는 동식 선배...불룩하고 튀어나온 배는 어찌할꼬? ㅋㅋㅋ
하여간 종갑선배의 인상은 ....(폴리스에 신고할까나?)ㅋㅋ
밥먹을때는 젓가락들고 있는 사람이 대장이다....ㅎㅎㅎ
아래 내려다 보이는 뱀사골 계곡..
드디어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걸산까지 왔다....
그런데 정말 희경선배말대로 세걸산 이후부터는 속도가 난다...
세걸산까지 밀리는 바람에 1시간이상을 그냥 서있으면서 까먹었다..
공비들을 각자 준비한 날개를 달고 날러간다....쓩~ 나는 어떻하라고..인간들아~
제일 끝 봉우리가 바래봉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인지 선배들은 날개를 접지않고 계속 날라가기에, 선배 궁뎅이들 쫓아가느라
나도 날개가 달린척 해본다.....그러나 무리다....하여 걍 이정표 사진만 찍는다.
이때부터 여성회원이 무릎이 아프다 한다...처음에는 잘 타시는분인줄 알았는데..
그분입장에서 좀 무리했나? 암튼 다들 걱정이다...이즈음에 포기하고 하산할까? 그냥 진행할까?
고민하다 중간에 하산하기로 결정했다...아쉬움이 크지만......
그런데 그분이 자기때문에 민폐끼치는것 같다며 그냥 진행하자고 우긴다. 희경선배는 그냥 하산하자고 우긴다....
서로 실랑이 10분...에구 지겨워라~
암튼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똥 빠지게 날개짓 하는척 하며 도착한곳...
뒤에 보이는 철쭉 평원이 팔랑치 가기전 군락지이다...
능선을 휘감고 있는 분홍색물결에 다시 한번 감동한다....
기다림에 지쳐 짜증으로 변해갈 즈음,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는 그대는 우후~ 산 이라네.
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보여~ 가자 가자....
바우공비 ㅋㅋ 휴식을 마치고 팔랑치로 이동하려 한다.
내려가기전 아~ 사진찍으신 분이 배경을 엉뚱한데로 잡는바람에 배경이 없다.쩝.
우리의 바우공비성~ 인상 좀 풀으쇼~ 지발.....
고생한 발과 운봉 표시석..ㅋㅋ 이때부터 사건발생 여성회원 실종....
워매 어디로 가부렸으까?~잉? 전화도 안터진다...찾느라 30분 지체한다.
알고보니 무릎이 아퍼 같이 못가니 미리 내려가 있었다 한다...
그럼 얘기라도 하고 가든지...암튼 ........어렵다...쩝.....
동식선배의 미소....
군락지가 위에서 보면 붉은 섬처럼 보인다..듬성듬성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황바우장군... 꼭 전쟁터에 나가기전에 결전을 다짐하며 칼을 쥐고 있는 장수의 모습니다...
오늘은 참 운이 좋다...정령치까지 택시타고 갈때 기사님 얘기로는 군락지 철쭉 활짝 핀것을 본적이 3번 밖에 안된단다.
저번주에는 서리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지고 눈이 내려 꽃이 많이 상해졌고
등산객들도 어려움이 많았다 한다....오늘 코스가 원래 머리벗겨지는 코스이다. 뜨거워서...
그런데 하늘도 구름으로 가려주고, 바람도 상쾌하고 불어주고 철쭉 또한 만개했으니, 이또한 기분좋은일이 어디있을까?
군락지가 아니더라도 발밑은 아름다운 들꽃으로 만발하다.....
나도 머리 조심해야쥐~ 바우선배처럼 속살이 보이면 어떻게 해~ ㅋㅋ죄송...
철쭉터널..캬~ 환상....
팔랑치 이정표에서...
희경 선배의 여유로운 휴식....참 쉬는 폼이 끝나버린다...쩝...ㅎㅎ
다시 무릎고통을 호소하는 여성회원때문에 회의가 열린다.
바래봉을 거치지 않고 4명은 여성분 부축하며 하산하기로 결정,
바우공비와 나만 바래봉을 가기로 한다...
분위기가 바래봉 가는사람들이 나쁜놈들이 되어버린 이 순간...ㅎㅎㅎㅎ
종갑선배: (여성분에게)너무 무리하지말고 배낭 나에게 줘~ 동식선배: 휴~ 배때문에 힘들다...ㅎㅎ
참 아무리 봐도 인상 거시기 하다...ㅎㅎㅎㅎ
기묘한 소나무.....
바래봉으로 가기 위해 삼거리 갈림길로 간다..누가? 바우형이~...노랑배낭 매고...
갈림길 삼거리에서 운봉으로 가면 하산길, 바래봉으로 가면 오름길이다...
바래봉 가는길....
참 씩씩하게도 잘 간다....우리 성님....화이팅~
바래봉 이정표...ㅋㅋ 0.1km 100m이다...꾸준한 오름길..숨이 턱 막힌다.
많은생각이 든다....왜 담배를 피워서 이런 고통을 안고 살까? 하고....
드디어 바래봉에서...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다....에고 숨차라.....
그전에는 이런길이 아닌 그냥 임도였지만 돌과 나무로 짜여진 산책로 같은 이길이 예쁘기만 하다.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실까? 성님 빨랑 내려갑시다.....
시멘길로 포장되어있어 차가 다니기엔 좋지만, 등산객들에게는 너무 지겹고 무릎아픈길.....
하산길이 너무 지루하다....우리도 하산길 날개달고 내려와 희경선배일행과 합류한다....
뒤에 보이는 축산연구소...잠시 쉬면서 여성회원의 안부를 물어보니 양쪽에 부축하고,
한명은 배낭 들고 겨우 내려왔다 한다....
그분뿐이 아닌 여러명이 무릎으로 인해 절룩거리며 부축받고 내려오고 있다..
좀 지겨운 하산길이다.. 돌로 깔아놔서 안좋다....
사진상 제일 뒤에 보이는 사람은 소아마비인가보다...쩔룩거리며 혼자서 잘 다니신다.
어느 산악회원인듯.....화이팅하십시요.....대단하십니당
드디어 매점이 나오는 순간, 다 왔구나를 느낀다...바우형! 나 쮸쮸바 사줘~ 들은척도 안하고 간다.ㅋㅋ
카메라 현장고발..벤취에서 쉬면서 건너편을 보니 여러명이 그곳에서 발을 씻고 있다..
무슨 용도로 물을 가두었는지는 몰라도 발까지 씻는거는 좀...집에는 물이 안나오나?
줌을 당겨보니 헉~ 등산화까지 빨고 있다.....철없는 어른들....
이제부터는 흥겨운 엿가락소리와 트로트 가락이 엠프를 통해 흘러나오며 우리 귀를 즐겁게 한다.
주차장 입구에 난장에서 동동주 한잔과 해물파전으로 마무리...가는길 뒷풀이로 크~ 기대하겠음...
여성회원의 안부를 물어보니 무릎이 부어있다...쩝..내일 병원 가셔야 되겠네...
그래도 사진찍을때는 활짝 웃는다.."괜히 저때문에 죄송해요" 라는 말과 함께....
6시30분정도에 하산완료...너무 늦게 하산했다.
초입에서부터 밀리고, 또 사라지는 바람에 찾고다니고, 부축하며 내려오기에 시간이 너무 지체된듯하다.
전화가 온다..우리 지역은 비가 엄청 왔단다....다들 비 맞는줄 알고 걱정한다.
우린 비 안맞었지롱~ 비 와도 뭐 비옷이 있으니...그런데...
남원에서 전주오는길 엄청 퍼붓는다...앞이 안보인다...
그 상황을 사진으로 찍으려니 운전하는 동식선배에게 한대 맞을것 같아 참는다..ㅎㅎㅎ
사람좋기로 유명한 동식선배도 욕이 나오나 보다...아까는 정말 좋은날 잡았다고 해놓구서..ㅋㅋ
배고프다...
뒷풀이자리에서 뜻밖에 제안을 듣는다.
희경선배가 낙동정맥을 시작한단다. 혹시 그럼?
역쉬~ 선배는 나를 져 버리지 않았다....팀에 합류시켜주겠다며 의향을 물어본다.
당근 오브~코오스지.
우리지역 입장에서 그쪽 지역을 가기도 힘들뿐더러 팀을 구성하여 간다기에 아무나 안껴준단다.
선배 내가 사랑하는거 알쥐~ㅋㅋㅋㅋ
다시 한번 나 간다 꼭..하고 희경선배와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기분이 좋다..
집에 오는길 택시를 탈까 생각도 했지만, 술기운에 비 한번 맞자 싶어 배낭메고 집까지 걸어갔다.
언제 미친놈처럼 그래보겠나? 한살이라도 덜 먹었을때 해야쥐~ㅎㅎ
출근하니 온몸이 뻑적지끈하지만,...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