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보
[명산안내]대평원 같은 광활한 능선길 백미
산우리우리
2008. 5. 15. 11:40
대평원 같은 광활한 능선길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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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有明山·862m)은 아름다운 계곡과 휴양림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정상에서 대부산(742m)에 이르는 1km 가량의 능선 길이 백미로 다가온다. 행글라이드 활강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능선 주변 나무들을 모두 없애고 광활한 구릉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등산객들에게 색다른 맛을 제공하는 것이다. 활강장에 풀밭이 조성되고, 억새밭이 생겨 나 스위스나 몽골의 초원을 연상케 한다. 800m 대에 조성된 대평원, 상상만 해도 상쾌하지 않은가. 유명산을 등산 목표로 삼으려면 필히 대부산 들머리까지는 밟아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또한 차 타고 오가는 길에 만나는 북한강이며, 청평호반도 멋진 낭만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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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유명산 등산은 대부분 설악면 가일리를 들머리로 삼는다. 그 큰 이유는 5km에 이르는 계곡 감상에 있겠지만, 가일리라는 마을이 주는 포근함과 넉넉함도 한 몫 차지할 것같다. 가일리 버스종점에서 받는 첫 인상은 여느 유원지처럼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아늑하다는 점이다. 가일리의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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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리에서 유명산에 오르는 등로는 ‘매표소∼북쪽 능선∼정상∼유명계곡(일명 입구지 계곡)∼매표소’가 일반화돼 있고, 거리도 6.3Km(3시간30분∼4시간)로 가장 짧다. 물론 역방향으로 코스를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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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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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20산 탐방’ 원칙상 최대한의 능선 여행을 누리기 위해 정규 등로에서 벗어나 유명산에 올랐다. ‘가일리 종점∼어비산 능선∼어비산∼유명산 정상∼대부산∼700m봉∼유명산 정상∼북쪽 능선∼가일리 종점’의 원점회귀 코스를 택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유명산도 대부산이며 어비산(魚飛山·829m), 700m봉, 서북쪽에 있는 소구니산(799.9m), 중미산(833.9m) 등 거느린 산봉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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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리 버스종점에서 오던 길을 200여 m 되돌아가 다리를 건넌 뒤 펜션하우스인 ‘메이플 하우스’ 마당을 이번 산행의 들머리로 삼았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가파른 산비탈을 200여 m 치고 올라가면 어비산 오르는 능선 길을 만난다. 능선 우측 편으로 유명산 정상이 있지만,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다. 왼쪽은 어비계곡이다. 능선 길이 가파르기는 해도 산책로처럼 편안하고, 쓰러진 괴목도 만나는 등 지루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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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산 정상에 오르니 검은 돌에 ‘어비산’이라고 쓰인 키작은 표지석이 서 있다. 양평군산악연맹에서 세운 모양이다. 정상은 주변이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답답하지만, 동쪽으로 용문산(1157m)이 어렴픗이 조망된다. 용문산 정상 부분에 송신탑이며 군부대 레이더 시설이 어지럽게 서 있다. 어비산은 예전에 홍수로 계곡 물이 불어났을 때 물고기가 산을 넘어 날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여기서 다시 유명산 정상으로 가려면 어비산과 유명산을 가르는 입구지 계곡까지 산을 완전히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검은 빛깔의 쪽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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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지 계곡은 그 일부만 보아도 계곡 전체의 아름다움을 능히 알 것같다. 입구지 계곡은 이곳에서 계속 직진하거나 유명산 정상을 향해 90도 꺾어도는 계곡으로 갈리어 진다. 다시 유명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1.6km에 이르는 깔딱고개를 오르니 드디어 유명산 정상이다. 나무가 없는 맨 땅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다. 동북쪽으로 용문산이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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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여름철로 접어드는 지 날씨가 무척 덥다. 땀도 많이 나고, 물이 많이 먹힌다. 요즘같은 산행이면 0.5ℓ 짜리 생수 3통은 준비해야 할 것같다. 정상을 넘어 다시 대부산으로 향한다. 너른 황톳길을 크게 굽이돌아 내려가면 행글라이드 활강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나무를 베어낸 개활지에는 온갖 풀과 억새가 자라고 있다. 언덕 끝으로 운치 있게 남겨놓은 소나무 서너그루가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풀밭 사이로 노랑색 개망초며, 허리가 굽은 할미꽃도 정겹게 눈에 띈다. 개활지는 유명산 서남쪽 자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드넓다. 숲과 암벽으로 이뤄진 봉우리만 보다가 맨 땅과 풀, 억새로 이뤄진 너른 평원을 대하니 색다른 감흥이 인다.
활강장을 빠져 나가면 등로는 3갈래로 갈린다. 오른쪽 좁은 숲길이 대부산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양평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으로 좁은 숲길을 올라가면 700m봉을 만난다. 3갈래 길에서 돌아가도 충분하지만, 시간이 허락되면 특히 700m봉을 올라 볼 것을 추천한다. 700m봉에 오르면 너른 억새밭 사이로 용문산 정상이며, 장군봉, 함왕봉, ‘한국의 마테호른’으로 불리는 뾰족한 백운봉이 양평 읍내까지 연봉을 이루며 눈앞에 전개된다. 가까이는 옥천면 용천리가, 그 뒤로 양평 읍내가 내려다 보인다. 유명산 정상 부분도 좀더 운치 있게 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유명산 정상으로 다시 돌아가 능선 길(2km)과 입구지 계곡로(4.3km) 둘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정상에서 소구니산과 서너치 고개를 거쳐 중미산까지 가는 등로가 있지만, 너무 멀어 다음 기회로 미뤘다.
<교통편>
서울 상봉동터미널에서 유명산 가는 직행버스가 오전 8시, 9시20분에 있다. 1시간40분 가량 소요되며, 편도 6200원. 청량리에서 1330-6번 좌석버스도 있다. 하루 3차례(오전9시, 오후 1시45분, 오후7시50분) 운행되며 편도 1800원(좌석버스를 타면 경비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유명산 종점에서 서울행 막차가 직행버스는 오후 6시30분, 좌석버스는 오후 5시55분에 끊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