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8-21 충남 서산 개심사에서....
상왕산(象王山)에 자리한 마음을 여는 곳 개심사
교통
○ 천안 - 온양 - 예산 - 45번 국도 - 덕산 - 해미 - 647번 지방도 - 운신초등학교 - 개심사
○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서산나들목 나와서 우회전 - 647번 지방도 - 운산초등학교앞에서 우회전 -직진하면 개심사 입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 나들목을 빠져나와서 국도에서 오른쪽 운산면방향으로 가다가 운산초등학교에서 다시 우측으로 차머리를 돌리면 한우목장으로 유명한 농협중앙회 가축개량사업소 서산목장에서 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좌측으로 커다란 개심사 안내 입간판이 서있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신창저수지를 끼고 들어간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되고, 개심사에서 발견된 목불이 국내 최고의 목불로 알려지면서 요즘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절이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개심사는 충남 서산 일대에서만 왕벚꽃이 아름다운 절 정도로 알려진 아주 작고 한적한 절에 불과했다.
(대웅보전 안에는 얼마전 최고의 목불로 밝혀진 해인사 목각불상 의해 최고(古) 자리를 뺏긴 목조불상이 앉아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 법보전(法寶殿)에 소장된 비로자나불상이 국내에 존재하는 목조 불상 중 연대가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시대말 883년에 조성된 것으로 판명됐다. 개심사 목불보다 약 400년 정도 앞선다)
‘서산 개심사를 가면 해우소로 가라’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해우소가 문화재라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궁금하다.
안양루와 심검당 사이를 빠져 옆길로 돌아가면 저만큼 해우소가 보인다.
자고로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고 했던가. 멀찌감치 떨어진 해우소 곁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잎을 노랗게 갈아입고 서 있다. 얼핏 보기에 그저 널판으로 듬성듬성 꾸며 놓은 모습이다. 해우소가 좋지가 않아 그것을 보고 불평이라도 하라는 소리인가?
가까이 가서 보니 문이 없다. 그저 널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남녀 구분도 별로 없다. 한편은 창고인 듯하고 가운데는 남자, 한편은 여자라는 표시만 있다.
시골집 어디를 가나 이런 변소는 흔히 보아온 터라 별로 놀랄 일이 없을 것 같다.
돌아 나오려는데 안을 들어가 보아야 안다고 한다. 재래식 화장실일 것이 뻔한대 들어가면 냄새밖에 더 날것인가? 그래도 자꾸만 들어가 보라고 권유를 하니 안으로 들어갔다.
세상에나. 안으로 들어가니 겨우 가슴 밑에 오는 칸막이가 다이다.
절집에는 이런 해우소가 더러 있다. 요즈음은 개량을 하여서 수세식으로 지었지만, 아직도 몇 군데는 이런 해우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개심사의 해우소는 그보다 다르다. 앞뒤, 좌우로 칸막이만 있을 뿐이다.
들어가면 어디를 보나 용변을 보는 모습이 다 보인다.
여자용도 남자용 사이에도 드문드문 판자로 가려놓았을 뿐이다.
선암사의 해우소가 유명하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개심사의 해우소는 그보다 더욱 열악하다.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네.’
요즈음 사람들은 아마 들어가서 용변을 보라고 하면 기겁을 할 것 같다. 실제로 몇 분의 여성들이 참고 돌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아마 남자라고 해도 조금은 민망할 듯하다. 해우소(解憂所)란 말 그대로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얼굴 높이로 막아 놓았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도 그 소리가 다 들린다. 도대체 근심을 풀라고 하는 해우소에서 이렇게 마음대로 힘을 주지 못해서야, 어디 시원하게 근심인들 풀 수 있을까?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어라. 탐(욕심). 진(화냄). 치(어리석음), 삼독(三毒)도 이같이 버려 한순간의 죄업도 없게 하리라> 버리는 것은 다 같은 것인가? 내 안에 있는 것 중 세상에 모든 것을 탐하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당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정말 세상에 내가 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을 버리면 남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 말을 반복하다가 보니 어느 새 그 역한 냄새가 가셔버렸다. 그리고 곁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오직 버리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순간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용변을 마치고 일어서는데 앞에도 한 사람이 일어서다가 얼굴을 마주쳤다. 아마 세상에서 이러한 상황을 당했다면 서로가 민망해 얼굴을 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이 마주하고 씩 웃는 것으로 대신했다. 버렸다는 것 하나 밖에는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두 사람 다 버렸으니,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개심사 해우소에는 낯선 사람이 없는가보다.
그래도 개심사가 좋다....나는 무종교다..하지만 여행과 산을 다니며 절을 스치게된다.. 개인적으로 멀리까지 와서 웅장하고 시멘트 냄새 품기는 현대식은 싫다..... 개심사는 편하다....아늑하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손 마주잡고 정다운 속삭임으로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한 절인듯 싶다....고풍스러워서......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 |
투박한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계단길. 이곳 계단길을 걸으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고 해서 개심사라 했을까?
제멋대로 생긴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여 자연미가 조화롭게 살아있다.
절에 있는 종의 나무기둥의 양식이 너무 좋다.....
대웅전 앞에서
절의 마당이 소박하며 시골집 앞마당 같아 포근하다....
참말로~ 이때까지만 해도 주름살이 별로 없었건만......흑흑흑
주차장에서 개심사 경내까지는 느린 걸음으로 겨우 15분 거리. 머리에 땀 방울이 겨우 맺힐 때 쯤이면 대웅보전 앞에 길게 뻗어 있는 연못이 펼쳐진다.